✅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이해

교과에 스며들어야 하는 ‘역량’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것 중 하나로 ‘핵심역량’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연수를 통해 분명 한 번쯤 들어보긴 했으나 과연 그동안 나의 교육과정에 역량이 들어갈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는가? 아마 많은 교사들이 핵심역량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다지 역량을 염두에 두면서 수업을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핵심역량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문서를 화려하게 장식하였지만, 정작 현장에서 유명무실하게 기능한 것이 의도치 않은 오점이 되었다.

그러나 새롭게 신설한 데에는 분명 역량이 지니는 진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핵심역량은 기존의 학교 교육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지금 현재’에 중요한 지식을 넘어서서 학교 졸업 이후의 ‘미래’를 잘 대비하기 위해 학생들이 지녀야 할 다양한 일반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코로나19와 기후 위기 등으로 전 세계는 과거에는 생각해보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으며, 앞으로도 예기치 못한 변화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현시대에 핵심역량은 더욱이 중요성을 지닌다. 우리나라와 같이 전 세계의 여러 국가들도 다음과 같이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지녀야 할 역량을 저마다의 명칭과 요소들로 제시하였다.

국가별로 역량이나 요소들의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사고력과 창의력을 중심으로 한 인지적 영역의 역량과 배려와 자기관리를 중심으로 한 정의적 영역의 역량을 고루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에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최초로 만든 핵심역량이 다시 명실상부해지기 위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기존의 소극적인 대처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수준에서 ‘교과’와 ‘평가’가 손을 잡는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는 새 교육과정에서 핵심역량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각 교과에서 추구하는 지식, 태도, 기능을 습득하면서도 동시에 그 과정에서 핵심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수업과 평가를 설계하고 운영해야 할 것이다. 보다 구체적일 때 학생들의 이해가 높아지듯이, 그 의도를 학생들도 알아차릴 수 있도록 관련되는 부분에서 역량을 학생들에게 명시적으로 인식시켜 체화하게 한다면, 학생들도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날 때쯤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로 자연스레 성장해 있을 것이다. 그러한 변화를 위해 기존의 수업과 평가에 ‘역량’ 한 숟갈을 넣어보도록 하자.

우리 학교 구성원이 만들어가는 ‘학교 자율시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초고속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는 현재도 수없이 바뀌고 있다. 우리 교육 현장은 어떠한가? 물론 교육 현장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교과목의 체계를 들여다보면 다른 부분에 비해 그대로인 듯한 느낌이 든다. 세대 차이를 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일명 우리 입에 ‘국수사과’로 붙은 교과목 체계이다. 동일한 교과목이 세월에 변함없이 전승된다는 것은 그 교과목이 지니는 위상이 높으며, 계속 전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교육의 공평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의를 지닌다. 따라서 기존의 교과목 체계에 특별히 지적할 사안은 없다.

그러나 그러한 위상 속에 가려진 것이 바로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일 것이다. 기존의 교과목 체계는 학생보다는 그 교과목을 구성한 사람들의 입장이 주요하게 반영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교육과정에 목소리를 낼 틈이 현저히 부족했다.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자율시간이 아닌 고유명사로서의 ‘학교 자율시간’을 새롭게 추진하였다. 학교 자율시간은 초·중학교에서 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있는 교과목 외에 개설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 과목으로, 연간 34주를 기준으로 한 교과별 및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의 학기별 1주의 수업 시간을 확보하여 운영하도록 한다(교육부, 2022: 18-22). 학교 자율시간은 타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사례로, 우리 학교 구성원의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을 지니며, 새 교육과정에서 단위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썼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침상 모든 초·중학교에서 필수적으로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우리 학생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가길 바라는가?’ 하는 질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교과목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외국에는 교과로 존재하고 있는 영역들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학생들의 실제 삶에서 사회적으로 요구가 크거나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는 부분 등이 학교 자율시간의 주요 테마가 될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교과목 체계에서 제대로 운영할 수 없었던 범교과 학습주제나 정보교육 등이 학교 자율시간을 활용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제안되어 있기도 한 부분은 학교 자율시간이 원래의 취지를 완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또 다른 타율의 결과물이 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학교 자율시간이 오롯이 단위학교 구성원을 위한 시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우선 기존 교과목과 새로이 강조되는 교육 간의 시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신의 전공이 아닌 새로운 주제나 영역을 가르쳐야 할 경우, 이를 잘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들끼리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교사학습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 관련 연수를 생동감 있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학교 자율시간을 동일하게 모든 학생에게 적용시킬 것인지 혹은 학년당 2개씩 운영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획일적으로 학교 자율시간의 주제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상호 간의 존중과 배려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 자율시간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소박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학교의 구성원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형태이든 괜찮을 것이다. 학교 자율시간이 의도와 달리 운영되거나 편제상으로만 존재하는 시간이 되지 않기 위해 다시 한번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을 생각하며 집단지성을 발휘해보자.

주도성과 함께 미래를 그려보는 ‘진로연계교육’

학창 시절, 그리고 교단에서 2학기 기말고사나 수능이 끝나고 무엇을 하였는지 회상해보자. 덜 나간 진도를 마무리 짓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거나 자유시간을 가지는 식으로 시간을 보낸 적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수업과 시험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끝까지 수행한 학생들에게 해방감을 안겨주고 교사들도 부담을 덜 수 있는 달콤한 보상이기도 하지만 무엇이든 넘치면 과유불급이 되듯이, 자유가 커질수록 불편한 방임도 함께 커진다. 그래서일까. 그 시간을 조금 더 유익하게 보낼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학생들이 평소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볼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 2022년 교육부(2023.2.28.)의 진로교육현황조사에서 초등학생 19.3%, 중학생 38.2%, 고등학생 27.2%가 희망 직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점은 우리에게 더욱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아쉬움의 공감대가 축적되고 학교급의 전환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새 교육과정에서는 ‘진로연계교육’을 추진하게 되었다. 진로연계교육은 입학 초기 및 상급 학교(학년)로 진학하기 전의 학기나 학년에서 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학교급 간 연계 및 진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입학 초기에는 학교생활 적응과 한글 해득 교육에, 졸업 시기에는 학습과 진로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학교급 간 내용 연계를 강화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진로와 학습방법을 탐색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기존의 진로교육이 안고 있던 과제들을 다시금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진로연계교육의 성격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학습과 진로와 관련된 교육을 특강이나 체험에만 초점을 두면 진로에 대한 깊은 탐구는 불가하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듯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표면적인 부분만을 일회성으로 경험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포트폴리오와 같이 학생들은 학교에서의 배움을 자신의 진로와 연계하여 계속 쌓아 올리면서 희망 진로의 깊은 부분도 탐색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싱가포르에서 진로 설계에 도움을 주는 정보를 제공하며, 진로와 관련된 포트폴리오도 기록할 수 있게 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My Skills Future’를 참고할 만하다. 또한 학생들의 진로는 시시각각 변화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진로를 전향하는 일이 많은데, 직업이 없는 학생들은 더욱 가변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직업에 대한 교육보다는 어느 직업에서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이나 진로탄력성을 기르는 데 보다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진로연계교육의 내용이나 방법의 측면에서 학교생활 적응 교육이나 교과와 관련된 교육은 교사들이 비교적 손쉽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로·직업교육은 교사들 또한 교사 이외의 다른 직업을 준비하거나 경험해 본 바가 잘 없기에 다양한 진로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수·학습자료나 플랫폼을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학생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구하는 수업방식도 강조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로연계교육의 결과물 측면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교사가 직접 작성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 학생들도 교육활동 시간 내에 정당하게 수행한 과정과 결과를 학교 공간 내에서 본인의 언어로 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향한 과정을 작성하고 그것이 반영될 때 제대로 된 성인으로 자립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교육 현장에서는 기존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방안들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바로 잡는 ‘언어, 수리, 디지털 기초소양’과 ‘기초학력’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현장의 심각한 문제로 기초학력이나 학습격차가 수없이 지적되어 왔다. 이에 교육부에서도 새 교육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기초학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기초소양을 설정하였는데, 이들은 모든 교과를 통해 함양할 수 있어야 하며,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평생학습에서의 학습도 지속하게 하는 토대로 기능한다. 세 가지 소양 중 디지털 기초소양은 디지털 전환으로 새롭게 강조되는 소양이며, 이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초·중학교에서는 정보교육 시수를 2배 확대하였으며, 고등학교에서는 정보와 관련된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였다.

이러한 세 가지 기초소양과 더불어 교육부(2022.10.11.)에서는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해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하였다. 해당 계획에서는 진단을 통한 지원 학생 선정, 대상자들에 대한 학습 및 심리 지원, 기초학력 관련 교원 및 업무 지원에 초점을 두었다. 교육부의 촘촘한 계획은 현재의 문제를 대폭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존부터 기초학력과 관련하여 쉽게 해결되지 않아 계속 고민해 보아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초학력의 대상과 관련하여 ‘낙인효과’는 오랜 기간 함께 뒤따르는 부분이었다. 특히 청소년기는 다른 어느 시기에 비해 타인을 많이 의식하고 감정이 예민한 시기이기에 많은 지원이 있더라도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적 위치를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아 한다. 그로 인해 학생들이 배움의 기회를 아예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박준홍·김태은, 2022). 따라서 지원이 공개적이지 않게 좀더 개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위한 학교들의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기초학력은 초등학교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지만, 마찬가지로 기초학력을 잘 갖추지 않은 학생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그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중·고등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학업에 있어서 더 큰 어려움을 갖기에 해당 학교급의 중장기적 계획이 보다 상세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초학력 대상자의 학습과 관련하여 어쩌면 해당 학생들은 고등학교까지의 정규 교육과정의 모든 기준을 충족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편제에 얽매여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교과를 다 이수하게 하기보다는 최소한의 학업성취도를 보여주었다면, 그 이후로는 학생의 자율에 맡길 수 있도록 학생별로 학습 수준의 최대치인 서로 다른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는 것도 전 국가적 차원에서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2022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다양한 선택교과나 ‘기본수학’과 ‘기본영어’와 같은 교과를 신설하여 기존의 공통교과를 대체할 수 있는 진일보를 보여주기는 하였으나 공통교과와 기본교과가 실제 학교에서 동시 개설되어 학생들에 따라 다르게 운영될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조치 등을 통해 진정한 수준별 교육과정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넷째, 평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교육부(2023.10.10.)의 2028 대입제도 개편으로 내신 9등급제가 5등급제로 완화되어 학생들 간의 경쟁을 완화하는 긍정적 변화가 있겠으나 동시에 성장참조평가의 결과도 전 학교급에서 보다 강조되면 좋을 것이다. 이하 호주의 사례와 같이 한 번의 시험에 대한 성적과 등급만 기재될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이 이전에 비해 어느 정도의 성장이 있었는지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면 학업성취라는 단일한 지표에서 벗어나 한 개인의 잠재력까지 가늠하여 인정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초학력 대상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더 나은 수준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다양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발전시킨 면모들을 보여주었다. 본고에 작성된 내용 외에도 새 교육과정에서 변화를 보인 부분들이 많다. 교사 교육과정과 학교 자율성이 강조되는 시대인 만큼, 교사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여러 사항들을 잘 숙지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과 이와 관련된 지원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이 있듯이, 처음이어서 막막한 것이 많겠지만 새 교육과정은 교육 구성원들이 그동안 제대로 펼치지 못한 날개를 펼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슬로건이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었듯이, 이제 학교 교육과정도 ‘학교 구성원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 될 것이다.